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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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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무단 군 휴가’ 의혹과 관련, 당시 당직사병과 서씨의 통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군 통신 기록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직사병과 통화 자체를 부인한 서씨 측 주장을 확인할 수 있는 핵심 기록이다. 통신 기록 확인 여부에 따라 한쪽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파워볼실시간

10일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은 이달 초 ‘육군 군전화 장비의 경우 원칙이 2년 기록보존이지만, 실제로는 서버용량이 남아서 2015년 이후 기록이 서버에 있다’는 내용을 국방부에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시 사실조회 공문이 들어올 경우 해당 통화내역을 보내줄 수 있다는 답변도 받았다.

육군 서버에 무단 군 휴가 의혹이 불거진 2017년 6월 통화 기록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당시 통화 내역은 당직사병 A씨와 서씨의 통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기록이다. 나아가 추 장관의 보좌관이라고 밝힌 인물의 휴가 연장 청탁, 미 2사단 지역대 소속 지원장교의 휴가자 보고 지시 등 의혹들도 풀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A씨와 서씨는 통화 여부를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A씨는 여러 차례 6월 25일 당직 근무를 설 당시 서씨의 미복귀를 인지하고, 서씨에게 전화를 걸어 복귀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을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도 진술했다. 당시 자신의 위치 등을 입증할 수 있는 SNS 위치 기록과 동료 병사들과 나눈 대화 등도 검찰에 제출했다.

앞서 A씨는 국민의힘에 “통화했다. 6월 25일 당직사병은 내가 분명하다. 저녁 점호는 금·토에는 하지 않기에 일요일(25일)에 인지한 것”이라며 “어디냐고 하니까 미안한 기색 없이 너무 당연하게 집이라고 하더라. 내가 ‘돌아오라’고 하니 수긍을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고 밝혔다. A씨는 통화 20분 뒤 한 대위가 당직실로 찾아와 ‘서씨의 휴가 처리가 됐으니 미복귀가 아닌 휴가자로 정정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폭로한 바 있다.

반면 서씨 변호인 측은 두 사람이 통화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부인했다. 서씨의 병가 만료일은 23일으로, 애초에 이날 당직사병이 아닌 A씨와 통화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이다.

서씨 변호인 측은 “25일은 이미 서씨의 휴가가 처리돼 휴가 중이었기 때문에 당직사병과 통화할 일도 없었다”며 “A씨와 통화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형적으로 떠도는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처럼 옮기는 ‘n차 정보원’의 전형적인 예”라고 덧붙였다.

김도읍 의원은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2015년 이후 통신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한다”며 “당시 당직사병이 군 전화로 서씨에게 복귀 명령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선 검찰이 국방부에 군 전화 송수신 내역을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서진욱 기자 sjw@mt.co.kr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변호사)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봅니다.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손수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살펴볼 사건. 저도 굉장히 관심이 가네요.

◆ 손수호> 95년 듀스 김성재 사망 사건. 그리고 동물 마취제 ‘졸레틸’ 이야기입니다.

(사진=SBS뉴스 영상 캡쳐)
(사진=SBS뉴스 영상 캡쳐)

◇ 김현정> 요즘 듀스의 노래 ‘여름 안에서’가 여기저기서 많이 나오거든요. 저는 그 노래 들을 때마다 이 사건이 문득문득 떠오르곤 했는데요. 왜 오늘 갑자기 이 사건입니까?

◆ 손수호> 1995년 11월에 김성재 씨가 사망했습니다. 당시 여자친구가 살해 혐의로 기소돼서 1심에서 유죄 판결 받았습니다. 무기징역형이 선고됐어요.파워볼

◇ 김현정> 1심은 그랬죠.

◆ 손수호> 하지만 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고, 검사가 상고했지만 대법원에서 그 무죄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그때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가 나올 정도로 화제였죠. 그리고 그 후 25년이나 흘렀지만 여전히 김성재 씨의 사망이 사고사인지 타살인지, 만약 타살이라면 누가 범인인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요.

◇ 김현정> 작년에 ‘그것이 알고 싶다’였나요? 이걸 추적한 프로그램이 제작돼서 방영될 뻔했는데, 법원에 의해서 막혔죠.

◆ 손수호> 8월, 12월 두 번이나 방송금지가처분 결정이 나오면서 방송에 제동이 걸렸는데요. 당시 법원은, 무죄 판결이 확정된 상황에서 당시 여자친구가 김성재 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 방송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취지로 그런 판단을 내린 거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그 김성재 씨 사망 사건의 진실을 우리가 여기서 다시 파헤치는 건가요?

◆ 손수호> 그걸 직접 파헤치는 건 아니고요. 지난주에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김성재 씨 사망사건과 관련된 손해배상 소송의 판결이 선고됐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손수호> 오늘은 그 손해배상 사건의 판결을 분석하면서, 당시 사건의 기억을 되살려 보려 합니다.

◇ 김현정> 김성재 씨의 당시 여자친구 측이 그 사건을 언급한 방송들에 대해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이번 손해배상 소송도 그렇고요. 그런데 김성재 씨 사망 사건에는 중요한 특징들이 있어요. 우선 첫 번째, 거의 모든 사람이 이 사건의 진상, 진실에 대해서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름의 판단을 이미 내려놓은 상태죠.

◇ 김현정> 맞아요.

◆ 손수호> 그런데 이러한 대중의 일반적 인식과 당시 법원의 최종 판단 사이에는 굉장히 큰 거리감이 존재합니다.

◇ 김현정> 그렇더라고요.

◆ 손수호> 그래서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고요. 또 제대로 설명하려면 적어도 서너 시간 필요할 정도로 할 이야기 많은 복잡한 사건이기도 합니다. 15분 안에 다 설명하는 건 쉽지 않아요. 그래서 오늘은 지난주에 판결 선고된 그 손해배상 소송 관련해서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해 드릴 겁니다. 다 들은 후 그에 따른 판단은 청취자들의 몫이겠죠.

◇ 김현정> 오늘 이 시간이 사건 당시로 들어가는 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이번에 나온 그 판결, 도대체 뭡니까? 그 내용부터 살펴보죠.

◆ 손수호> 작년 10월에 김성재 씨의 당시 여자친구인 김 모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인데요. 바로 이 사람에게 10억 원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 김현정> 누구한테요?

◆ 손수호> 95년 당시 국립수사연구원의 약독물과 과장이었던 정 모씨인데요. 당시 김성재 씨의 체내 혈액, 소변 등에 대한 약물 검사를 진행한 사람이에요. 그 후 여성 최초로 국과수 소장을 지냈고, 국과원 승격 후에는 초대 원장이 되기도 했죠. 2012년 퇴임하고는 대학 교수로 일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 원장 했던 분한테 10억 원이나 청구할 정도면, 김성재 씨 당시 여자친구가 굉장히 억울해 한다는 얘기일 수도 있겠어요.

◆ 손수호> 네. 이미 오래 전 무죄 판결 최종 확정됐다. 그런데도 정 씨가 신문, 잡지, 방송 인터뷰와 강연 등을 통해서 김성재 씨의 사인은 타살이고 당시 여자친구가 살해한 것처럼 우회적으로 표현했고 그로 인해 명예가 훼손됐으니 손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한 겁니다.

◇ 김현정> 나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 받은 사람인데 왜 자꾸 인터뷰에서 타살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하냐. 이런 문제 제기를 한 거군요.

◆ 손수호> 네, 그런 우회적 표현에 대한 문제 제기죠.

◇ 김현정> 도대체 그 국과수 원장 지낸 정 모씨가 뭐라고 했는데요?

◆ 손수호> 일단 판결문에 언급된 내용은 총 13건인데요.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당시 김성재 씨의 사체에서 동물 마취제인 졸레틸 성분이 검출됐는데, 정 씨가 95년 사건 당시에는 졸레틸이 마약 대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으면서 이제 와서는 졸레틸은 마약이 아니라 독극물이고 그때까지 사람에게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약물이라는 허위 사실을 말했다는 거죠.

◇ 김현정> 동물 마취제 졸레틸이 김성재 씨 몸으로 들어간 건 확인된 거죠. 그런데 이게 마약으로 쓰일 수 있느냐. 그래서 마약처럼 쓴 거냐 아니냐, 이 부분인데요. 이게 왜 그렇게 중요했죠?FXCITY

◆ 손수호> 김성재 씨의 사망이 타살이냐 아니면 사고사냐, 이 부분 판단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를 자세히 알아보려면, 일단 1995년 11월 당시로 돌아가 봐야 하겠습니다.

◇ 김현정> 그러죠.

◆ 손수호> 95년 11월 19일에 김성재 씨가 SBS TV 프로그램에서 솔로 데뷔 무대를 가졌어요.

◇ 김현정> ‘말하자면’이라는 곡이죠.

◆ 손수호> 네. 출연 후 서울 서대문에 있는 한 호텔에 투숙했는데요. 당시 치대생이었던 여자친구, 매니저, 백댄서 등과 함께였습니다. 그런데 김성재 씨가 그 다음 날 새벽 6시 50분 경 거실에서 숨진 채로 발견돼요. 그리고 김성재 씨가 오른손잡이였는데 오른쪽 팔에서 28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발견됐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오른손잡이가 스스로 자기 몸에 주사를 놨다면 왼손에 주삿바늘 자국이 있는 게 더 자연스러울 텐데 그게 아니라 오른손에 자국이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 주사를 놨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겠느냐. 이런 거잖아요?

◆ 손수호> 네. 당시에도 그런 가능성이 지적됐던 거죠. 결국 주삿바늘 자국이 실제 사망 원인과 관련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당시 혈액, 소변 검사 결과, 틸레타민과 졸라제팜 성분이 검출됐고요, 마그네슘도 통상적인 경우에 비해서 좀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부검의는 약물 주입을 사망 원인으로 봤죠.

◇ 김현정> 그랬죠.

◆ 손수호>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놀라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당시 여자친구가 사건 발생 전 한 동물병원에서 동물마취제 졸레틸 한 병과 주사기를 구입한 사실이 확인된 거에요.

◇ 김현정> 맞아요.

◆ 손수호> 그런데 이 졸레틸. 바로 사체에서 검출된 그 틸레타민과 졸라제팜이 혼합된 동물마취제죠.

◇ 김현정> 당시 여자친구가 동물병원에서 졸레틸 구입한 거에 대해서는 뭐라고 그랬죠? 왜 샀다고 그랬죠?

◆ 손수호> 기록을 보면, 동물병원에는 애완견 안락사 시키려 한다면서 구입했고요. 실제로는 시험 관련해서 극단적인 행동에 이용하려 했으나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고 버렸다고 말했다 합니다.

◇ 김현정> 정리를 하면, 사체에서 졸레틸 성분이 검출됐고, 그게 사망 원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졸레틸이 어떻게 김성재 씨 몸 안에 들어갔는지를 밝혀내면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거잖아요.

◆ 손수호> 그럴 수 있죠. 당시 형사재판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요, 사망 원인을 틸레타민과 졸라제팜에 의한 약물 중독사로 추정했어요. 대법원도 그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보지 않았고요. 그래서 적어도 우리 법원은 약물 중독사로 인정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럼 관건은 “도대체 어떤 경로로 김성재 씨의 몸 안에 졸레틸이 들어간 것이냐”입니다. 여러 가능성이 있어요.

◇ 김현정> 뭡니까?

◆ 손수호> 우선 첫 번째, 누군가 김성재 씨를 살해하기 위해서 그 약물을 주입했고 그로 인해 사망했다면. 이건 살인사건이에요.

◇ 김현정> 그렇죠.

◆ 손수호> 그 주입한 사람이 범인이고요.

◇ 김현정> 그렇겠죠.

◆ 손수호> 두 번째, 누군가 김성재 씨의 부탁을 받고 어떤 이유에든 김성재 씨 체내에 약물을 주사했는데 의도치 않게 사망했다면, 이건 살인은 아니고 사고죠. 과실치사죄 등 성립 가능성이 생깁니다.

◇ 김현정> 그렇겠네요. 세 번째는?

◆ 손수호> 세 번째, 만약 다른 사람이 관여된 바 없고 김성재 씨 본인이 직접 자신에게 스스로 약물을 주입했고 그로 인해 사망했다면. 이건 자살이든 사고사든 적어도 다른 사람의 범죄는 아니죠.

◇ 김현정> 이제 이해가 되네요. 졸레틸을 마약 대용으로 쓸 수 있는 거냐 없는 거냐가 그래서 중요한 거군요. 1번이냐 2번이냐 아니면 3번이냐 판단에 영향을 주게 되니까.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전 여자친구가 정 씨의 발언에 대해 강력히 반발한 거고요.

◆ 손수호> 그렇죠. 만약 졸레틸에 환각 등의 효과가 있어서 마약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당시 김성재 씨가 그런 목적으로 스스로 주사했거나 다른 사람이 그랬을 가능성이 생기죠. 물론 실제로 그랬다는 건 아니고,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재판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 지금 노력하는 있는 거고요.

◇ 김현정> 그렇죠. 또 반대로 만약 마약 대용 효과가 없고 독극물이라면?

◆ 손수호> 그렇다면 굳이 김성재 씨가 스스로 이걸 주사하거나 다른 사람이 해줄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따라서 다른 누군가가 김성재 씨를 살해하기 위해 강제로 또는 몰래 주사했을 가능성에 더 주목해야 하겠죠.

◇ 김현정> 그렇네요. 그래서 결국 졸레틸이 마약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건지 궁금해지는데요. 재판에서는 어떻게 이야기가 있었나요?

◆ 손수호> 당시 검찰과 1심 재판부는 당시 여자친구 김 씨가 동물병원에서 졸레틸을 구입해서 김성재 씨에게 주사하는 방법으로 살해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무기징역형 선고된 거고요. 하지만 2심은 무죄로 봤어요. 당시에도 졸레틸의 환각 작용 여부가 쟁점이었거든요. 그런데 2심 재판부는 이렇게 봤습니다. “졸레틸을 구성하는 틸레타민과 졸라제팜 모두 마약 대용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대법원도 “졸레틸의 마약 대용 가능성에 비추어 사고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 2심 판결이 옳다고 봤어요.

◇ 김현정> 결국 당시 법원은 졸레틸의 마약 대용 가능성이 있다에 방점을 찍고 보니까 타살이 아닌 게 된 거군요.

◆ 손수호> 정확히 말 하면, 당시 여자친구가 살인을 했다고 확신하지 않은 거고요. 판결문에는 타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언급을 했습니다.

◇ 김현정> 타살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

◆ 손수호> 당시 졸레틸의 성질 외에도, 살인 동기가 있느냐, 사망 추정 시간이 언제냐, 추운 겨울 새벽에 여자친구가 굳이 호텔에서 나간 이유가 뭐냐, 외부인 출입 가능성이 어느 정도냐, 졸레틸 치사량이 얼마냐 등등 여러 가지 쟁점들이 있었는데요. 이런 부분은 다른 기회에 살펴봐야 될 것 같고요. 오늘은 지난 주 판결 선고된 손해배상 재판과 직접 관련된 부분만 살펴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95년에 이런 일들이 있고 판결이 내려졌는데, 국과수 원장 출신 정 씨가 방송에 출연해서 졸레틸은 마약 아니다, 독극물이다. 당시 사람에게 한 번도 쓰인 적이 없는 약물이다. 이런 얘기를 했기 때문에 이건 곧 김성재는 타살됐고 전 여자친구가 범인이라고 말한 것과 다름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전 여자친구가 한 거예요. 그래서 이제 법원까지 왔고, 재판까지 열린 거예요. 그런데, 법원은 여기에 대해서 정 씨, 국과수 원장 손을 들어준 거예요.

◆ 손수호> 네, 전 여자친구가 패소했습니다. 법원은 정 씨의 이야기가 허위가 아니라고 봤어요. 따라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한 전 여자친구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았고 이번에 패소한 건데요.

◇ 김현정> 네.

◆ 손수호> 이번 손해배상 소송의 의미는 이럴 겁니다. 당시 여자친구가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그 판결이 옳은지 또는 잘못됐는지를 사후 검증하는 소송 아니냐는 거죠.

◇ 김현정> 그렇지.

◆ 손수호> 이런 의미가 없지는 않죠.

◇ 김현정> 그렇게 느껴져요.

◆ 손수호> 그래서 허위가 아니라고 본 법원의 판단. 그 의미를 자세히 살펴봐야 될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게 졸레틸의 마약 대용 가능성 관련 발언이죠.

◇ 김현정> 그렇죠.

◆ 손수호> 전 여자친구는 이렇게 주장했어요. 이미 그 당시에도 졸레틸이 암암리에 마약으로 사용되었다는 거에요. 반면 정 씨는 졸레틸이 마약이 아니고 독극물이라고 발언했어요. 서로 충돌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법원은 정 씨의 발언이 허위가 아니라고 본 겁니다.

◇ 김현정> 그럼 졸레틸이 마약으로 사용되지 않는 약물이라는 거니까, 그러면 지난 김성재 씨 판결이 잘못됐다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해석되는데요?

◆ 손수호> 그런데 이게 애매합니다. 우선 95년 당시 졸레틸의 구성 성분인 틸레타민과 졸라제팜 모두 우리 법상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2000년 들어 해외에서 유흥 목적 투약 사례가 보고되기 시작했고, 그와 관련한 국내 오남용 사례에 대한 기사들이 있어요. 게다가 2014년에 틸레타민과 졸라제팜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됐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러면 마약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거네요? 그럼 정 씨 말이 틀린 거 아니에요? 왜 이렇게 혼란스러워요? 헷갈리네요.

◆ 손수호> 그렇죠. 그런데도 이번에 전 여자친구가 패소한 이유는요. 법원이 정 씨의 발언을 이렇게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 김현정> 어떻게요?

◆ 손수호> 정 씨가 졸레틸이 마약이 아니라고 말한 그 의미는 이렇다는 거에요. 95년 당시 국내에서 마약으로 지정되거나 분류된 물질이 아니었기 때문에 마약 검사를 통해 일치하는 걸 찾을 수 없었다는 의미에서 마약이 아니라고 말 한 거다라는 거죠. 이렇게 해석한 후 허위 여부를 검토했기 때문에 허위가 아니라고 본 거죠.

◇ 김현정> 김성재 씨 사망한 95년 당시에는 그렇다?

◆ 손수호> 그러자 여자친구 측은 이렇게도 주장했습니다. 졸레틸이 마약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이상, 어쨌든 마약이 아니라고 한 발언은 허위가 아닙니까? 이렇게 주장했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법원은 또 이렇게 봤어요.

◇ 김현정> 뭐라고요?

◆ 손수호> 정 씨의 발언은 졸레틸이 마약으로 사용됐을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허위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고인 전 여자친구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 김현정> 참 법은 어렵네요, 여러분. 어려워요. 그런데 말을 듣고 보면 또 얘기가 되고.

◆ 손수호> 주삿바늘 자국의 개수나 생성 시간, 타살 가능성 암시가 허위인지 여부도 재판에서 다뤄졌는데요. 지난 25년의 세월이 들어 있는 판결이기 때문에 오늘 짧은 시간에 모두 다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네요.

◇ 김현정> 맞아요.

◆ 손수호> 게다가 이번 판결은 1심이었어요. 오늘 새벽에 제가 확인했는데 아직까지 전 여자친구 측이 항소하지는 않았지만, 항소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최종 판결이 1심 판결과 다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죠.

◇ 김현정> 남은 이야기들은 오늘 유튜브 댓꿀쇼에서 조금 더 풀어가 보도록 하죠. 여기까지 이번 손해배상 소송 1심 판결의 뒷이야기 풀어봤습니다. 고생하셨어요.

◆ 손수호> 네.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이재명 “자영업자 매출 지원 안돼” 여당내 비판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이대희 한지훈 기자 = 여야는 10일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 추진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이 전 국민 지원에 ‘이낙연 포퓰리즘’이라고 공세를 펴자, 더불어민주당은 ‘피해 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라는 논리로 맞섰다.

다만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여권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당혹해하는 기류가 감지됐다.

이동통신비 (CG) [연합뉴스TV 제공]
이동통신비 (CG) [연합뉴스TV 제공]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전액 무료가 훨씬 더 필요하고 긴급하다”며 “문재인 포퓰리즘을 넘어 이낙연 포퓰리즘이 다시 자라고 있는 것 아닌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선동 사무총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고통을 더 겪는 국민을 먼저 도와야 한다’고 했다가 반대로 통신비 2만원을 13세 이상 국민 모두에게 주자고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한다”며 “푼돈 2만원을 전 국민 배급하자며 줏대가 흔들렸다. 완전 도돌이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비대면 활동 증가에 따라 데이터 통신량이 작년 같은 시기보다 크게 늘어나며 통신비 부담이 커졌다”며 합당하지 않은 지적이라고 역공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푼돈’ 지적에 대해 “1인당 2만원이지만 아이가 모두 중학생 이상이라면 4인 가족 기준으로 8만원이 된다”며 “실제 집행하면 국민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남기 부총리와 대화하는 이낙연 대표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뒤쪽은 정성호 국회 예결위원장. 2020.9.10 utzza@yna.co.kr
홍남기 부총리와 대화하는 이낙연 대표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뒤쪽은 정성호 국회 예결위원장. 2020.9.10 utzza@yna.co.kr

하지만 당내에서는 여론이 그다지 좋지 않은 점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통신비는 직접 통신사로 들어가 버리니 승수 효과가 없다”며 “영세 자영업자나 동네 골목의 매출을 늘리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아쉽다”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2vs2@yna.co.kr

현재 집주인 누구 ‘소유권이전등기’ 기준
세입자 매매계약 동의 후 변심 불허용
“세부적인 사항, 분쟁상담 꼭 받아야”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전세 낀 매물’의 매매계약 단계에서 현 세입자의 동의가 있으면 새 집주인(매수인)도 실거주할 수 있다는 유권 해석이 나왔다. 매수인은 소유권이전등기 전까진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거절할 수 없지만, 매매계약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일부 사례에 한해 허용한다는 취지다.

서울 송파구의 공인중개업소의 모습 [헤럴드경제DB]
서울 송파구의 공인중개업소의 모습 [헤럴드경제DB]

‘계약갱신청구권 행사할 집주인 누구’ 따져봐야…

10일 법무부·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도입된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은 집주인(임대인)이 세입자(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로 ‘본인 또는 직계 존·비속의 실거주’를 허용한다.

집주인은 이 제도와 상관없이 세입자가 거주하는 일명 ‘전세 낀 매물’을 팔 수 있고, 이 경우 매수인은 기존 임대차 관계를 승계하게 된다.

그런데 매수인이 매매계약 이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매수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이를 거절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명확한 해석이 없었다. 새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전에 체결한 매매계약 건에 대해서만 소유권이전등기 없이도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전반적으로 매매계약과 소유권이전등기,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전세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 시기가 얽힘에 따라 매수인의 실거주권과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이 충돌한 상황이다.

법무부·국토부는 이런 사안에서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당시 집주인이 누구인지가 핵심이라고 봤다. 여기서 집주인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람’이다.

이에 따라 매수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한 뒤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청구한다면, 실거주를 목적으로 이를 거절할 수 있다. 반대로 집주인이 완전히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이 발동된다면 매수인은 실거주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거절할 수 없다.

새 집주인, 실거주하려면 세입자 동의 …“변심 인정 안 돼”

문제는 매매계약 단계에서부터 현 집주인과 세입자, 매수인의 의견이 조율될 수 있느냐다. 이 단계에서 실거주 가능 여부가 명쾌해지면 매수인도 위험 부담을 덜 수 있다. 여기선 세입자의 동의가 관건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매수인에게 집을 팔 계획’이라고 알리고, 세입자가 여기에 동의하면 매매계약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다”며 “이런 과정을 거쳐 계약이 이뤄졌는데 세입자가 변심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다고 하면 이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민원인들에게 회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임법에 명시된 9가지 계약갱신 거절사유 중 ‘그 밖에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6조의3 1항 9호)에 이를 포함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당초 나가기로 합의했던 세입자가 변심해 행사한 계약갱신청구권도 인정되는 일반적인 사례와도 차이가 있다.

반대로 집주인과 매수인이 세입자의 의견도 묻지 않고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면, 세입자는 정해진 기간 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따른 매매계약 파기 여부는 집주인과 매수인이 결정할 문제다.집주인·매수인, 매매계약 후 세입자 몰래 등기 치면?

다만, 명확한 기준이 소유권이전등기인 탓에 집주인과 매수인이 세입자에게 알리지 않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치는 극단적인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반적인 실거주 목적의 매수인이라면 집을 둘러보고 매수 결정을 내릴 것이고, 이 과정에서 세입자는 자연스럽게 매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다”며 “전세금 반환사항 등에 대한 공인중개사의 안내도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법무부는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등의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관계자는 “계약갱신 거절사유로 기타사항(9호)을 인정하는 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구체적인 사항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y2k@heraldcorp.com

코로나19로 달라진 집의 위상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는 탓
최근 ‘집 버라이어티’가 대세
직접 집 짓는 이들 하나둘 생겨

고익봉씨는 충북 괴산군 연풍면 적석리에 직접 목조주택을 짓고 4년째 살고 있다. 그는 아내와 함께 4개월 동안 이 집을 손수 지었다고 했다. 사진 고익봉 제공
고익봉씨는 충북 괴산군 연풍면 적석리에 직접 목조주택을 짓고 4년째 살고 있다. 그는 아내와 함께 4개월 동안 이 집을 손수 지었다고 했다. 사진 고익봉 제공

여전히, 아니 앞으로도 계속 ‘집’은 실체다. 소유하고 있거나, 혹은 아니거나. 숙명 같은 가난을 마주하고, 작가들은 그래도 썼다. 고 박영한 소설가가 중편 <지상의 방 한 칸>을 펴낸 게 1984년께다. 생활고에도 읽고 쓸 공간, 식구들을 건사할 ‘집’을 찾아다니는 자전적 이야기다.

김사인 시인은 박 작가의 소설 제목을 차용해 몇 해 뒤 발표한 시에서 이렇게 썼다. ‘이 나이토록 배운 것이라곤 원고지 메꿔 밥비는 재주뿐/ 쫓기듯 붙잡는 원고지 칸이/ 마침내 못 건널 운명의 강처럼 넓기만 한데/ 달아오른 불덩어리/ 초라한 몸 가릴 방 한 칸이 망망천지에 없단 말이냐.’

2020년의 현실은 집을 둘러싼 논점을 ‘있거나 혹은 없거나’의 세계에서 ‘어떤 집이냐’의 세계로까지 확장했다. 이제 ‘집은 재테크의 수단이거나 다음날 밥벌이를 위해 잠시 고단한 몸을 누이는 공간을 뛰어 넘어섰다. 그저 단순한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는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일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8월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291만1000원) 중에서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지출이 45만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7% 늘었다. 반면 학원비, 밖에서 쓰는 오락비와 문화생활 지출은 줄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탓이다. 지난 7월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2조96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15.8%가 증가했다고 한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최대치란다.

방과 부엌, 거실, 화장실이 똑같은 형태로 ‘찍혀 나오는’ 아파트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아이들에게 집은 놀이터이자 학교다. 어른들은 육아와 가사, 노동과 휴식을 모두 집 안에서 해결한다. 건축가들이 나서 독특한 매력을 지닌 전국의 집들을 소개하는 <교육방송>(EBS)의 <건축탐구-집>의 꾸준한 인기는 ‘사는 공간’의 성격과 질에 대한 사람들의 높아진 관심을 반영한다. 티브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아예 시청자의 필요에 따라 매물을 골라주거나(<구해줘! 홈즈>), 연예인 출연자의 집 정리를 대신해 주거나(<신박한 정리>), 트레일러 형태의 집을 끌고 다니는(<바퀴달린 집>) 등의 ‘집 버라이어티’가 대세가 된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직접, 두 손으로, 땀 흘려 가며 집을 지어보겠다고 팔 걷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건축가도, 건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기술자도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공구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나무로 된 집을 뚝딱뚝딱 짓는다. 신기하게도, 근사한 집이 된다. “집을 짓는 과정 자체가 행복”이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ESC가 들어 봤다.

송호균 객원기자 gothrough@naver.com[ESC] 예순 넘어 도전! 4개월 만에 지은 나무 집은퇴 후 직접 살 집 짓는 이들 괴산에 집 지은 목사 고익봉씨 공무원이었던 이재만씨도 땀 밴 집 구석구석 애착…“최고 만족”

고익봉씨가 충청북도 괴산군 연풍면 적석리에 지은 집. 사진 고익봉 제공
고익봉씨가 충청북도 괴산군 연풍면 적석리에 지은 집. 사진 고익봉 제공

자신과 가족이 살 집을 직접 짓는 사람들이 있다. 특별히 몸을 많이 쓰는 일을 했던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목수는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설계부터 시공까지, 직접 해냈다고 한다. 어떻게 가능한 걸까? 고익봉(63)씨는 목사다.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작은 아파트에서 오래 살았고, 목회 활동을 했다. 문득 그는 삭막한 도시의 풍경에 답답함을 느꼈다. “도시의 삶이라는 게 우선 숨 막히기도 했고요, 원래 시골에서 작은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로망이 있기는 했어요.” 2016년 10월께 고씨는 충북 제천시 덕산면 위치한 ‘한겨레 작은집건축학교’의 집짓기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7박8일 동안 교육생들이 함께 숙식하며 공동으로 약 18㎡(5평)짜리 ‘경량 목구조’ 집을 짓는다. 일종의 ‘샘플 하우스’다. ‘경량 목구조 주택’은 일정하게 규격화된 각재(원목 통을 네모지게 쪼개 놓은 재목)를 기둥, 보, 서까래 등의 구조재로 사용하는 공법이다. 상대적으로 큰 구조용 목재를 사용하는 ‘중량 목구조’나, 벽체를 통나무로 쌓아가는 ‘통나무 구조’와는 달리 설계 및 시공이 용이하고 간결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고익봉씨가 자택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고익봉 제공
고익봉씨가 자택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고익봉 제공

교육생들은 모두 목수 일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초보자들이다. 목재를 잘라 골조를 짜고, 패널을 붙여 바닥과 벽체를 만든다. 지붕을 올리고, 단열재를 넣고, 상하수도를 연결하고, 전기 배전까지 설치한다. 비록 샘플이지만, 직접 집 한 채를 지어보는 것이다. 교육을 마친 뒤 고씨는 “이 정도면 실제로 집을 지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한다. 이듬해인 2017년 그는 오랜 친구의 고향인 충청북도 괴산군 연풍면 적석리에 있는 330㎡(100여평)의 땅을 구입했다. 전부터 친구의 고향 집을 오가며, 함께 머물기도 했던 동네여서 그에겐 친근한 곳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52㎡(16평)짜리 목조주택을 직접 지었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그의 손과 눈길이 미치지 않은 과정이 없다고 했다. 우선 부부가 필요한 형태와 크기의 집을, 대략적인 스케치 형태로 그렸다. 스케치를 다듬는 과정은 ‘한겨레 작은집건축학교’에서 도와주고, 건축허가를 받기 위한 설계도면은 소정의 비용을 치르고 별도의 설계사무소에서 제작했다. 필요에 따라 다양한 구조 변경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것도 목조주택만의 장점이다.

집을 스스로 지어 본 경험으로 고씨는 땔감을 보관하는 창고나 식탁과 같은 부엌살림, 마당의 그네 벤치도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사진 고익봉 제공
집을 스스로 지어 본 경험으로 고씨는 땔감을 보관하는 창고나 식탁과 같은 부엌살림, 마당의 그네 벤치도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사진 고익봉 제공

설계도에 따라 벽체와 지붕, 패널 등 집의 각 부분을 작은집건축학교에서 제작하고, 현장으로 옮겨와 조립한다. 집의 각 부분을 제작하는 과정에선 학교의 스태프와 교육생들의 도움을 받았다. 기초공사는 물론 전문 업체에 의뢰해야 한다. 지붕을 올리는 과정에 크레인이 필요한데, 이때도 업체의 도움을 받았다. ‘조각난 형태’로 집의 부분들을 제작하는 데에는 4박5일, 공사 기간은 2017년 3월부터 7월까지 4개월 정도가 걸렸고, 집을 짓는 비용은 모두 5000만원가량이 들었다. 공사비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게 인건비인데, 부부가 직접 땀 흘려 지은 집인 만큼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고익봉씨가 직접 만든 주방 가구. 사진 고익봉 제공
고익봉씨가 직접 만든 주방 가구. 사진 고익봉 제공

구석구석 신경을 안 쓴 곳이 없었다. 벽의 내장에는 도배 대신 규조토를 발랐다. 아토피에도 좋은 친환경 소재라고 한다. “특히 단열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생각해보니 온돌을 꼭 시공하지 않아도 되겠더라고요. 한겨울에도 집 안의 난로에 불만 넣어두면 따뜻하게 지낼 수 있어요. 땔감이야 주변에 널려있으니 난방비는 아예 안 드는 셈이죠.” 다만 4개월 동안의 공사 기간은 ‘체력적인 한계’를 넘나드는 도전이었다. 동갑내기 아내도 매일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고 했다. “낮은 곳은 그래도 괜찮은데, 높은 곳에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는 게 제일 힘들더라고요.” 집 한 채를 통째로 지을 만큼 경험을 쌓았으니, 부대시설이나 가구쯤이야 식은 죽 먹기였다. 부엌 장과 아일랜드 테이블도, 마당의 ‘그네 벤치’도 고씨는 자기 손으로 만들었다. 특히 거주하는 집과는 별도로 16㎡(5평) 규모의 게스트하우스와 땔감을 저장할 외부 창고도 직접 지었다.

고익봉씨가 만들어 마당 한 켠에 둔 그네 벤치. 사진 고익봉 제공
고익봉씨가 만들어 마당 한 켠에 둔 그네 벤치. 사진 고익봉 제공

4년째 ‘직접 지은 나무 집’에 사는 고씨는 “최고의 만족을 주는 집”이라고 자평했다. 삭막한 도시가 아닌 푸른 자연에 안겨 있는 시골에서의 삶만이 줄 수 있는 평온함이다. “아직 구체화한 건 아닌데, 일종의 은퇴 없는 목회가 가능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고민이 있거나, 영적으로 흔들리는 분들이 찾아오면 쉬기도 하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그런 집으로요.” 영국인과 결혼해 영국에서 사는 고씨의 딸은 원래 지난 5월 이 집에 와서 휴가를 보낼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취소하고 말았다. ‘그날’이 올 때까지 고씨는 부지런히 집 안팎을 가꾸고, 다듬는 중이다. “딸과 사위가 오면 마당에서 바비큐도 해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정말 아쉽죠. 시간이 좀 더 흐르면 기회가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계단부터 주방까지, 집 구석구석 직접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사진 고익봉 제공
계단부터 주방까지, 집 구석구석 직접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사진 고익봉 제공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에서 목조주택을 짓고 있는 이재만(62)씨에게도 ‘직접 짓는 시골집’은 오랜 로망이었다. 그는 서울의 한 구청에서 오래 일했다. 집은 경기도 하남의 아파트였다. 30년 넘는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올해 6월 퇴직한 이씨는 퇴직을 앞둔 지난 3월에 ‘한겨레 작은집건축학교’에서 집짓기 교육을 이수했다. 은퇴 후 부부가 기거할 집을 직접 지어보겠다고 했을 때, 아내는 처음에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이재만씨가 건축 중인 집은 건축 기간 2달 정도로, 오는 10월 완공될 예정이다. 사진 이재만 제공
이재만씨가 건축 중인 집은 건축 기간 2달 정도로, 오는 10월 완공될 예정이다. 사진 이재만 제공

이씨는 ‘자신만의 꿈’을 아내와 함께 그려나가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 새집에 들어간다면 어떤 구조였으면 좋겠는지, 필요한 시설은 무엇인지 아내에게 묻고 또 물었다. 결국 부엌의 구조도, 다락의 형태도, 창문의 개수와 크기까지 모두 아내의 뜻에 따라 정하게 됐다. 반신반의하던 아내도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에 495㎡(150평) 크기의 대지를 구입하고, 이씨가 집짓기 교육과정을 수료하는 등 부부가 함께 살 집의 청사진이 구체화는 과정에서 가장 ‘든든한 우군이자 조력자’가 되어 줬다.

이재만씨가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에 짓고 있는 목조주택의 외부. 사진 이재만 제공
이재만씨가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에 짓고 있는 목조주택의 외부. 사진 이재만 제공

지난 6월에 토목공사를 마쳤고, 건축 기간은 8월부터 2달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다음 달 완공’을 앞둔 그는 원래 더 작은 집을 지으려고 했지만, 장성해 독립한 자식들이 찾아올 때를 대비해 방 2개와 다락, 화장실 1개를 갖춘 82㎡(25평)짜리 단층 주택을 짓기로 했다. 다락을 ‘손님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자는 것도 아내의 아이디어라고 했다. 토지 구입과 조경 비용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집을 짓는 비용은 1억2000만원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다. “집 구석구석마다 우리 부부가 흘린 땀이 배어 있다는 게 특별한 애착을 갖게 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스스로 원하는 구조와 필요한 형태로 선택하고, 직접 지을 수 있잖아요. 남이 지은 집에 들어가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죠.” 송호균 객원기자 gothroug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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